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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2.08.25~26목/금 ]아들과 민둥산 산행 그리고 우중 백패킹

해마다 9월이면 찾았던 민둥산
백패킹 조금 일찍 떠나본다
아들은 산행 잘하는 선배 몇명이랑 거의 매주 산행을 즐기고 있다
서른이 넘어가니 이것저것 고민거리도 생기는것 같았다
민둥산 백패킹을 가자는 아들의
제안에 난 두말없이 오케이 하고
어릴적 타보고 처음 타보는 기차를 타고 싶다고 해 차없이 기차를 타기로 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유년의 대부분 시간들은
유학이다 군대다 떨어져 지낸
시간들이다보니

민둥산역에 도착하니 오후1시다 점심을 먹으려니 마땅한곳도 없고
육계장을 먹겠다는 아들의 메뉴는
오늘은 안한다고해 김치찌게를 시켜서 먹고 카페서 커피한잔을
하려는데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요며칠 이곳에도 내내 비가 내렸다고 한다
출발전부터 일기예보는 비소식이었기에 마음에 준비는 했지만 막상 잔뜩 흐린 하늘을 보니 조금 걱정이 된다

택시를 불러 발구덕까지 타고
그곳에서 30분이면 오를수 있으니 쉬운코스를 택했다
서늘한 공기가 가을인가 싶다
준비하지 않은 맘속에 선뜻 찾아온 낯선공기
아무도 없다
앞장서서 씩씩하게 걷는 아들은
잘따라가지 못하는 내가 걱정인지
자꾸만 되돌아보고 섰다 나는 워낙 느리게 걸으니 말이다
산중턱에는 한창 공사중이라
기계음 소리가 요란했다
40분 정도 올라 정상에 올라서니
단 한명도 없었다
비소식 때문인지 사람들은 오전에 이미 다녀갔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들이 하나 사준 텐트를 이번에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빅아그네스 카키색은 구하기가 힘들어 북한산 아크테릭스에서 판매를 하길래 엄마가 예전부터 사려던 모델같아서  등산하러 간길에 샀다고 했다
기존 내가 가지고 있는 힐레베르그 텐트보단 조금 가벼운듯 했다

텐트 피칭을 하고 비화식으로 컵라면과 커피 그리고 과일 맥주 한잔
오들오들 몸이 떨리고 추워진다
가져간 핫팩을 손에쥐고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아들과 마주 앉아 아주 어릴적 얘기들을 들려주다보니 젊은 연인들이 올라온다
요즘 인스타에 자주 올라오는 친구들 같았다
작년과 달리 정상에는 cctv도 설치되어 있고 나름 예쁘게 손을
본것 같다
생각보다 훨씬 좋다는 아들의 모습에 내가 더 신났다
날씨만 더 좋았더라면 좋았겠지만
폭우가 내리지 않은것만으로
다행이었다

아들과 단둘이 백패킹도 처음
며칠전 혼자 필리핀을
여행하고 다녀온 이야기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보니 어둑해지고 비도 내려
각자 텐트안으로 들어갔다
텐트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소리를
들으며 나두 어느새 잠이 들었고
새벽4시경 잠에서 깼다
그 새벽에 비를 맞고 충주에서 온 두아가씨는 일출을 보려고 왔다고 했다

밤새 비는 오다말다를 하고
텐트는 흥건히 젖었지만
아들과 보낸 하룻밤은
또다른 추억을 만들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을 지나
아침이 밝아올때 까지 시간을 보내다 9시가 다 되어 민둥산을
떠나오면서 되돌아본 하늘은
어찌나 맑은지
남편보다 더 든든했던 아들을
앞장세워 걸으며 푸른 나무숲으로 걷는
싱그러운 미소에 힘이 절로 난다
이다음에 너의 자식이 태어나면
할머니가 된 내가 그 아이를 데리고 민둥산에 오리라고 약속도 했다
이것저것 복잡했던 맘이 한결
정리되었다는 아들의 말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50대 마지막 백패킹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해마다 가을이 오면 젤 먼저 나는
민둥산으로 왔다
억새는 피고 가을바람이 부는 그곳으로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나의
아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