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을 자는둥 마는둥 뒤척이다가 단잠이 들쯤
새벽3시 가늘게 알람이 울린다
천왕봉 일출을 보기위해 혹시나 하고 시간 알람을 해두었다 사람들도 그 시간에 다 부스럭 거리며
주섬주섬 옷가지들을 챙겨입고 대피소를 떠나고
밖을 나와보니 엄청난 바람과 영하같은 날씨에
마음이 변한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추울줄이야
워낙 고지대다보니 새벽엔 이슬비도 내렸다
일출보기는 나는 포기를 하고 다시 대피소에 들어와
시간을 보내다 해가 뜨고 따스해지면 천왕봉으로오르기로 하고
커피한잔 들고 밖으로 나가본다
아침 햇빛에 산그리메가 겹겹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멋진 산 꼭대기에서 이른 아침
모닝 커피라니
오늘 나에겐 세상 부러울곳 없는 카페 테라스인것을
새로산 블루투스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6시가 조금넘어 장터목 대피소를 떠나서 제석봉으로
가는길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언제 올지는 모르나 다시 꼭 오기를...
근데 왜 또 울컥해 질까...
장터목에서 제석봉으로가는 길에는 바람은
불지만 아침 햇살로 따스했고 이제 꽃망울을 터뜨리는 연분홍 철쭉들은 나에게 눈맞춤도 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곳 중하나
장터목에서 제석봉가는길이 연하선경 만큼이나
좋다
어느 겨울에 눈보라속에서 천왕봉길에도 따스한
햇살이 힘을줬던 그 길이었다
제석봉에 서면 저멀리 가야할 천왕봉이 보이고
한발자욱씩 천천히 천왕봉으로 올라가본다
오늘은 중산리에서 남부터미널로 오는 버스를
타기까지 시간이 널널해 천왕봉에 조금 더 머물 생각이었는데..늘 계획대로 되는건 아닌것같아
사진찍고 놀면서 천왕봉에 올라서니 여전히 바람이 불고 손이 너무 시리다
한참을 보내다 시간을 보니 오전 8시
중산리 방향에서 새벽에 올라온 사람들이 무리지어 올라오고 서로 서로 품앗이로 사진을 부탁해
나역시 인증샷을 남기고 사람들도 너무 많고
춥기도 해 중산리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빨리 내려가 로터리대피소에 가서 아침겸 식사를
하려고 그기서 시간을 보내다 하산을 하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내려왔다 토욜이라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은 중산리 방향에서 천왕봉으로
땀을 뻘뻘흘리며 전투하듯 쉬엄없이 오른다
하산길도 만만치 않았지만 되돌아본 천왕봉에는
구름이 몰려오고 하늘이 활짝 열린듯 하다
로터리대피소에 도착해보니 이게 웬일인가
데크마다 식사를 하는 사람으로 꽉차고 그냥
쉬는걸 포기하고 하산을 했다
순두류에서 중산리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올 생각으로 걸어내려오다 보니
마침 셔틀버스가 올라와 중산리 거북식당앞에서
내려 버스정류장까지는 천천히 걸어왔다
근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 한그릇으로 식사를
하고 지리산을 떠나왔다
피곤헀지만 너무 행복한 지리산
한동안은 그 힘으로 또 살아갈것 같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지리산의 모습이
그리워질 쯤 난 또 그 길 어딘가에
서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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